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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여성정치가
베네주엘라의  대통령 후보
이레네 사에즈

   
                                          주 준희

   최근 베네주엘라의 대선은 미녀와 야수의 대결이라고 불리워지기도 한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레네 사에즈는 1981년 미스 유니버스로서 문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의 라이벌은 1992년 쿠테타를 이끌었던 휴고 샤베즈 장군으로서, 권력정치에 능숙한 인물이다.  이레네 사에즈는 챠카오 시의 시장을 지내면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베네주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가로 불리우기도 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샤베즈 장군이 5% 정도로 앞서고 있다.
   이레네 사에즈는 미스 유니버스를 지낸 후  줄을 서있는 "재벌과 권력가와" 결혼하기를 거부하고, 결혼도을 미룬체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하였다.  그녀가 시장을 지낸 챠카오 시는 어린이 위락공원으로 유명한 카라카스 지역에 있으며, 인구 18만 5천의 비교적 부유한 도시이다.   시장에 당선된 그는 여성특유의 보살피고 돌보는 리더쉽을 발휘하여 지역사회발전을 이루었으며, 전국적으로 인기가 충천하게 되어 95년 12월 선거에서 주민의 96%의 지지로 시장에 재선되었던 것이다. 
   시장으로서 사에즈는 주민의 삶의 질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다.  노인을 위한 조기운동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주민과 노동자를 방문하여 치료하는 의료팀을 구성했으며,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두 개의 오케스트라와 발레학교를 창설했다.  24시간 일하는 청소팀을 만들어 베네주엘라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말끔하고 청결한 챠카오 시를 만들었다.  시장이되자 우선 교통, 위생 서비스에 주력했는데, 이 도시의 공무원들은 다들 멋있는 제복을 입고 있다.  교통경찰은 카키 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교통정리를 하고, 청소팀은 검은 멜빵바지, 시장실 직원들은 흰바지나 스커트에 네이비색 양복을 입고 있다.  정원사들은 주황색 작업복을 입고 거리에 꽃과 나무를 심는다.
   사에즈 시장은 독실한 캐톨릭 신자로서 인공낙태에 반대하며, "도덕적" 정책을 강조해 왔다.  그녀의 도시에서 교통위반에 걸리면 벌금을 내는 대신 운전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체포된 사람들의 소유물은 석방시에 전부 반환된다.  아동이 다치면 즉각 무료로 조치해주는 의료팀이 있다. 
   그녀의 이러한 여성적이고, 도덕적이고 깨끗한 리더쉽은 주민의 마음을 빼았았으며, 그녀는 아무런 정치적 경력이 없는 미스 유니버스였으나 베네주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가가 되었다. 그녀는 "정치가로서 나의 임무는 모든 사람의 종, 공복이 되는 것이며, 자기가 낸 세금이 자기를 위해 확실히 쓰여지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알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미모가  정치경력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지는 말하기 힘들다.  그녀가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바비"인형의 경쟁상대로서 베네주엘라의 "이레네" 인형이 그녀를 모델로 만들어 졌다.  국민들은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녀는 미인대회에서의 경쟁, 인기, 그리고 정치사회의 현실을 모두 경험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금발머리가 그녀의 정책보다 더 관심을 끈다고 비아냥거리고, 그녀의 정치적 능력을 의심하고 대통령감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최근 그녀는 금발 머리를 뒤로 묶어 에비타 페론과 같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나 라이벌들은 그가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베네주에라 국민의 76%가 빈곤선상에 살고 있는데, 부유한 챠카오에서의 경험만으로 나라일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그녀가 경제학과 정치학을 수박 겉핥기고 수강하기는 했지만,  원유가의 하락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소생시키고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주변의 비서진과 자문단에 의해 쉽게 조정되는 "바비인형"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한편 대선 후보로서 사에즈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를 내세울 것인지 빈민을 위한 정력적인 대변자가 될 것인지 스스로도 정하지 못한듯한 인상을 준다.  그녀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은 차분함과 거의 호전적인 악씀이 교차되는 것으로서, 방영 이후 인기도가 추락하였다. 
   그녀는 무소속이며, "통합, 혁신, 새로운희망"(IRENE)이라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대선에서는 베네주엘라의 양대정당중의 하나인 사회기독교정당 COPEI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선공약으로서는 수상제 도입, 외환관리위원회설치, 부정부패와 굶주림과 병의 추방등을 내세우고 있다.
    아름다운 여성 이레네 사에즈,  전세계의 여성을 물리치고 최고미인으로 뽑히고, 한 도시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던졌던 여성, 그리고 이제 대통령이 되어 자기 나라를 위해 몸바치려 하는 여성.  그녀의 아름다움이 베네주엘라의 정치에 통합되어 들어가 정치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아름다움의 정치를 창조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세계의 여성정치가
인도 의회당 당수  소냐 간디
     주 준희 (정치학박사)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등 서남아의 국가들은 정치적 가문을 중심으로 대를 이어 정치를 하고 또 남편이 죽는 경우 부인이 정치적 권력을 이어받는 전통이 있는 지역이다.  이들 모두가 남편이나 아버지가 정치지도자였던 여성수상, 총리, 대통령을 가졌던 경험이 있다.  인도 의회당 당수인 소냐 간디도 84년 암살된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 전 수상과 91년 암살된 남편 라지브 간디 전 수상의 뒤를 이어, 인도의 정치권력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바라티야 수상이 이끄는 현 집권정부가 정통성에 도전을 받으면서 붕괴의 위기에 처하자 차기 수상으로 소냐 간디가 거론되고 있다. 

사실 인도의 수상이 되기에 가장 부적절한 인물이 소냐 일 것이다.  소냐는 매우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이태리에서 출생한 로마 카톨릭 교도인 소냐는 1968년 라지브를 만나 결혼했으며 83년에야 인도국적을 취득했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정치를 혐오하며, 남편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고 간곡히 말리곤 했다.  라지브는  처음에는 정치를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 약속을 어기게 되었다.
 
이처럼 비정치적인 소냐이지만, 최근에는 인도의 가장 카리스마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98년의 선거에서  지지 연설을 통해 패배가 확실했던 의회당을 회복시켰다.  그녀가 공중에 나타나면 국민들이 간디 가문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은 그녀를 외국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소냐 간디는 1946년 12월 9일 이태리의 카톨릭교도의 집에 태어났으며 소냐 마이노가 그의 이름이었다.  어린 시절 소냐 에게 있어 인도는 뱀, 코끼리, 정글이 있는 어딘가에 있는 곳이었을 뿐이다.  아버지는 건축공사감독으로서 독재자 무솔리니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2차대전동안에는 군인으로 전선에서 싸우기도 했다.  그녀가 18세 되었을 때 아버지는 그녀를 영국 캠브리지에 있는 어학교에 보냈으며 거기서 소냐는 러시아어와 영어등 외국어를 습득했다. 

남편이 될 라지브 간디를 처음 만난 것은 1965년, 그녀가 열 아홉 살 나던 해였다.  런던의 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두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라지브는 런던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20살의 대학생이었다.  열렬히 사랑하던 두사람은 삼년후 양가 부모의 극심한 반대를 뿌리치고 인도에 가서 결혼하게 된다.  다른 인도여성들처럼 소냐는 시어머니의 집으로 들어가서 순종적인 며느리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는 고부갈등이 심했던 맏며느리와는 달리 둘째 며느리 소냐를 각별히 사랑했다고 한다.

인디라 간디의 두 아들 중 그녀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원래는 맏아들 산재이로 내정되어 있었다.  둘째 아들 라지브는 인도항공사의 조종사로서 비행기 타는 것이 유일한 야망이었다.
그러나 1980년 산재이가 곡예비행을 하다가 추락해 죽은 후  라지브가 후계자로 지목되고,   소냐는  라지브가 정치를 못하도록 "호랑이처럼" 말리고 싸웠으나 일단 정치에 입문한 후에는 그를 전심으로 지원하였다.

1984년 인디라 간디가 이슬람 시크 파의 경호원에 의해 암살된 후 수상이 된 남편 라지브가  인구 8억의 국가를 통치하느라고 씨름하는 동안 소냐는 뉴델리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예술품 복고 과정을 2년간 수강하였고, 인디라 간디와 네루의 편지를 편집하여 두권의 책으로 출판하였다.

라지브는 그다지 수상직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스웨덴 무기회사의 뇌물 스캔들로 나라가 시끄러워졌고,  라지브와 그의 정부는 부정부패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1989년에는 선거에서 패배했다.  라지브는 1991년 다시 국회의원선거에 도전하던 중, 스리랑카여성이 던진 폭탄에 사망하고 말았다.  흐느끼는 국민들의 동정심을 활용하기 위해 의회당은 소냐 에게 당총재직을 제안하였으나 소냐는 이를 거절하였다.

남편이 살해된 뒤 슬픔에 잠긴 소냐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회고하는 두권의 책을 출판하였고,   공적인 자리에 모습을 나타나지 않고  아들 라훌과 딸 프리얀카와 조용한 생활을 보내려 애썼다.  그러나 인도의 정치적 상황은 그녀를 그만 놔두지 않았던 것이다.  인도의회당은 한때는 지배적 정당이었으나, 힌두교 민족주의 바라티야 자나타당 (BJP)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면서 98년에는 선거에 패배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의회당을 도와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소냐 간디의 카리스마뿐이라고 판단한 당은 그녀를 간곡히 설득하였다. 

98년 1월 11일 소냐는 남편이 암살된 장소에서 처음으로 공적 연설을 한 후 전국순회연설을 통해 의회당에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딸이 써준 연설을 서툰 인도 말로 연설하였으나, 어떤 후보보다도 많은 청중을 동원하였다.  그녀의 메시지는 종교와 인종과 계급의 차이를 접어두고 문맹, 가난, 병, 경제적 문제에 집중하여 나라를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소냐의 정적들은 그녀가 외국인인 점을 집중 공격했다.  그녀를 지지하느니 "차라리 이 나라를 150년 지배한 경험이 있는 영국에게 권력을 주겠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인도의 대중들은 그녀를 외국인으로 보지 않고, "며느리"라고 부르면서 따랐다.  전통적으로 며느리는 남편집안의 식구가 되는 법이었다.  또한 많은 인도여성들은, 시어머니와 남편을  비통하게 잃은 소냐 에게 동정심을 느꼈고, 그러기에 그녀가 고통과 인도여성의 삶을 더 잘 이해하리라고 생각했다. 

총선 결과 의회당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166석을 차지하였고,  251석을 차지한  BJP의 바라티야가 수상이 되었으나, 99년에 들어서서 퇴진의 압력에 처해 있으며 소냐 간디가 차기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이다.

인도의 정치역사를 뒤돌아 볼 때 소냐의 정치참여는 자신과 두 자녀의  개인적 삶과 생명에 대한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결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냐는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태리 여성 소냐 간디, 그녀가 시어머니와 남편의 정치적 유산을 넘어서서 인구 8억의 인도인의 실질적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기로 하자.


Professor of Politics, L.A. Institute of Interntional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