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1993.8.31
이달에 생각한다 - 정치 -
주 준희 (아세아연합신학 대학교 교수. 정치학박사)
일본정치의 변화 일본의 정치가 전환기를 맞이한 모양이다. 전후 계속 권력을 잡고 일본을 세계의 경제 초강대국으로 성장시킨 자민당의 일당 우위체제가 지난 8월 무너지고 모리히로 호소카와 수상이 이끄는 야당연립내각이 처음으로 권력을 대체했다. 호소카와 내각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아마도 한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세명의 여성장관이 포함되었다. 환경에 공명당 출신의 여성참의원 히로나카 와카코 (59), 경제기획에 사회당출신 참의원 구보타 마니에 (68), 문부에 민간인 여성 아카마쓰 료코 (63)가 임명된 것이 그것이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 보다 한 술 더떠서, 도이 다카코 (63) 전 일본 사회당 위원장이 중의원의장으로 선출되었다. 물론 그가 여성이라기 보다는 호헌, 군축노선을 선명히 해온 능력있는 사회당의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100년 전, 명치유신이후 근대화가 한참 추진되고 있을 때의 일본정치의 한 단면도를 연상시킨다. 일본의 근대화, 서구화에의 의욕은 대단한 것이어서 정부의 고위 각료는 영어를 국어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서구 여성이 키가 큰 것을 보고는 일본인의 품종개량을 위해 일본남성과 서구여성들을 대거 중매결혼시키자고 하기도 했다. 서양 사람들이 일본사람들의 남녀 혼욕을 야만적이라고 비양거리자 정부는 남녀혼욕을 금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명했고, 목욕탕 주인들은 탕 가운데 새끼 줄을 쳐놓고 한쪽은 남성, 한쪽은 여성, 이렇게 격리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듯 일본의 서구를 배우고 따르고자 하는 열망은 대단한 것이었다. 아마도 그러한 겸손함 때문에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근대화된 나라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은 앞으로 여성정치문제에 있어서도, 서구 못지 않은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여성정치의 현황 20세기말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1870년대에 제 1의 여성운동으로서 여성참정권운동이 있었고, 1970년대에는 제2의 여성운동이 시작되어 여성의 공직진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많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성의 정치참여가 대폭 확대되어 국회의원의 10-40%가 여성인 나라가 많고, 각국의 여성각료 비율은 노르웨이가 44%, 서독이 20%, 프랑스가 25%, 캐나다가 21%, 미국이 28%등으로서 교육, 환경, 문화, 복지, 여성정책등 "여성적분야"뿐 아니라 외교, 국방, 경제, 무역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수상이 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의 골다메이어 수상, 인도의 인디라 간디 수상, 영국의 대쳐 수상, 필리핀의 아키노대통령등이 잘알려져 있고, 특히 1990년대에 이르러 여성 행정수반의 진출이 눈에 띈다. 1990년에는 노르웨이의 내과의사 출신 그로 할렘 부룬틀란트 총리 (53)가 세번째로 연임되어 내각의 40%를 여성으로 연임하였다. 같은 해 12월에는 보수적인 아일랜드에서 진보적 변호사 출신 메리 로빈슨 (48)이 첫 여성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아이슬란드의 핀보가도티르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쉽은 성공적인것으로 평가되었다. 1991년에는 방글라데시의 지아수상(46)이 선출됨으로써, 스리랑카의 반다라이케 총리, 파키스탄의 부토총리, 인도의 간디수상에 이어 남아시아의 여성지도자로 부상했다. 프랑스의 크레송 수상 (59), 유지니아 찰스 (72) 도미니카 연방 총리, 비올레타 차모르 (60) 니카라구아 대통령등에 이어 92년 폴랜드에서는 46세의 변호사 수쇼카가 최초의 여성총리로 취임했으며, 93년에는 캐나다의 킴캠블 수상(45)에 이어 터어키에도 여성 총리가 취임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인권을 누린다는 믿음에 입각한 민주주의의 발전단계에 있어서 당연한 논리적 귀결일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 성경적인가. 혹자는 이러한 여성의 정치참여 현상을 여성이 남성을 가르치거나 주관할수 없다는 말씀에 비추어 비성경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건 기독교적이라기 보다는 유교적인 고정관념에 의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여성을 향한 뜻은 인간의 좁은 편견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보다 넓고 깊은 것이다. 로마서 13:1은 권세가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으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고 하였다. 20세기말 여성지도자에게 주어지는 권세 역시 하나님의 정하신 바이다. 하나님께서는 여성 중에서도 지도자를 선택하여 사회정의를 행할 권세를 주고 계시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근세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사사기 제 4장은 랍비돗의 아내 여선지 드보라가 이스라엘의 사사가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의 영이 그에게 임하여 그는 삼권을 통솔하는 사사가 되었고, 재판을 하였으며, 바락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갔고, "이스라엘의 어미가 되었다."(사사기 5:7) 여성이 속한 곳은 가정이요 정치는 남성의 세계라는 것도 유교적 통념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진리는 아니다. 갈라디아서 3:28은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하나이니라"하는 말씀을 전해주고 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회개하고 죄사함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영생을 얻기를 원하고 계시다. 그리고 하나님은 귀남이와 후남이를 차별하듯이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아버지가 아니시다. 부활의 그날에는 결혼에 의한 성역할도 소멸될 것이다. "사람이 죽은 자 가운데 살아날 때에는 장가도 아니가고 시집도 아니가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으니라"(마가 12:25)고 하였다. 갈라디아서 3:28의 말씀 속에 씨앗처럼 숨은 하나님의 뜻은 2000년이 지나 노예가 해방되고 남녀평등이 국제규범화되는 민주화의 시기에 싹이터 자라게 되었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에 의해 누룩처럼 확장되는 하나님 왕국의 현재적 모습으로서 나타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여성의 정치참여 추세일 것이다. 물론 우리의 소망은 종말의 하나님 나라의 도래이다. 그러나 믿는 우리의 삶이 성화되어 가면서, 현세적 삶에도 하나님의 나라의 부분들이 임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고 구원받을 수 있는 죄인으로 대하셨으며, 초대교회 이래 예수님의 교회에는 아름다운 믿음의 증인이 된 하나님의 딸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딸들이 세상의 억압과 제한과 구속에서 자유롭게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들의 달란트와 은사를 최대한 개발할 수 있기를 하나님은 원하실 것에 틀림없다. 근대화 - 여성의 교육과, 기술과학의 발달로 인한 자녀양육및 가사노동의 경감, 여성의 경제참여, 사회참여, 이 모든 것 속에, 과거의 억압과 차별로부터 하나님의 딸들을 자유롭게 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자녀들에 의해 이땅에 발전되어 온 민주주의의 논리적 귀결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인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자체는 반드시 성경적은 아니다. 또 비성경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정치를 통해 사회정의를 구현하도록 원하신 하나님에 의해 쓰여질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이다카코의 정치적 리더쉽 도이 다카코는 기독교인임을 천명한 적은 없지만, 그의 주변에는 기독교인들이 핵심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의 어머니는 기독교 유치원 선생님을 지낸 분이었고, 그가 법학을 전공한 도우시샤대학은 기독교 학교였다. 학창시절 교회 합창부 간사를 하던 남학생과 연애를 해서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실연의 아픔을 안게 된다. 그의 첫사랑도 기독교인이었고, 그녀를 사회당에 추천한 스승 다바다 법학 교수도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기독교 사회주의를 제창했던 이베 이소오과 같은 정치가가 되어달라고 격려했다. 일본과 같은 남성중심적인 문화에서 여성야당당수및 국회의장이 배출되는데는 인구의 0.5%밖에 되지않는 기독교인의 문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평화", "인권", "여성", 그리고 "헌법"을 주장한 도이는 여성이 정치를 주도해 나가지 않으면 일본의 정치는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고, 생명을 길러내는 여성의 특성에서 요구되는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1989년 자민당 정부가 3%의 소비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을때 많은 여성들이 이문제에 반대하여 여성유권자에게 호소하였으며,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하고 33명의 여성의원 (13.1%)가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되었다. 이를 일본사람들은 마돈나선풍이라고 부른다. 그 후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진출하여 일본의 정치를 개혁하고 민주화하는데 중요한 여겨할을 담당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다수의 여성유권자들이 여성정치가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들이 남성과는 달리 참신하고 도덕적인 정치를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실 여성정치가들은 환경, 노인복지, 자녀양육, 탁아소, 사간제 노동자보호등을 여성의 입장에서 해결하는데 앞장서 왔다.
우리나라 여성 정치참여의 미래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도 여성의 정치참여가 낮은 나라이다. 그것은 유교적 전통의 끈질긴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전세계 평균 여성의원비율이 15%인데 우리나라는 1%이다. 지방의회의 여성비율은 0.9%이다. 그나마 신한국에 여성각료가 3명 임명되었지만 매스컴의 도마에 올라 고생이 심하다. 박정희대통령은 단 한명의 여성각료도 기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군사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민주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유독 여성의 정치소외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보다 여성적인 리더쉽을 필요로 한다. 여성의 리더쉽은 생명을 양육하고 돌보는 특성이 있으며, 갈등보다는 평화를, 권위주의보다는 참여를, 지배보다는 협력과 대화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한 가정에도 아버지만 있을 수는 없듯이, 나라살림도 남성과 여성의 리더쉽이 조화를 이룰때 보다 잘 꾸려나가지리라고 본다. 필자는 아세아와 전 세계의 복음화에 앞장서는 우리나라가 되기 위하여 하나님께 다윗과 모세같은 기독교 정치지도자를 주시기를 기도해 왔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우리의 삶에 정의와 개혁과 통일을 가져다 주기를 기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의 딸들도 민주주의의 논리에 따라 정치에 참여하여, 보살피고 양육하는 리더쉽으로 여성이기에 고통받는 이웃의 짐을 덜어 줄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의 향상을 가져오는데 공헌하도록 기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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