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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국제정치


                            주 준희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


1.여성 국제정치 이론 대두의 배경

    과거 20년간 여성의 역할문제가 사회과학의 제분야, 특히 사회학, 역사학,정치학, 경제학, 인류학과 어문학에서 점증하는 중요성을 가지고 논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받지 않은 분야가 국제정치학이었다.  그것은 국제정치학이 전통적으로 소위 high politics, 군사안보외교문제에 촛점을 두어 왔으며, 이 분야야 말로 근대화에 따른 여성의 사회진출에 유독 마지막까지 닫혀있는, 가장 남성 중심적인 분야라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정치에 대한 여성의 시각이 대두되고 이것이 국제정치의 새로운 분야로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로서, 1980년대 말부터이다.   1988년과 1989년에 영국의 London School of Economics가 발행하는 Millennium: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라는 학술지가 여성과 국제관계에 대한 세미나를 주관하여 그 결과를 특집으로 다루었고, 이것이 Rebecca Grant 와 Kathleen Newland의 편집을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 Gender and International Relations 이다.
   1989년에는 이 대학의 석사과정에서 {여성과 국제관계}가 새로운 과목으로 개설되었다.  1990년에는 ISA산하에 여성과 국제정치 세션이 개설되었고, 매릴랜드 대학의 국제안보연구센터에는 여성과 국제안보 (The Women in International Security: WIIS) 프로그램이  여성의 전략연구에의 통합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Christine Sylvester 편집의 Alternatives: Social Transformation and Humane Governance (February 1993) 에 여성과 국제관계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 졌으며, 그 외에도 J. Ann Tickner(1992) 의 Gender and International Relations,  Francisco D'Amico ㅠ와 Peter Beckman(1993)의 Women and World Politics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James Rosenau는 최근의 저서에서 여성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술회의에도 여성문제가 활발히 토의되기 시작하여  1992년 11월 20일-21일 사이에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열린 "냉전 이후의 국제정치"회의,  1993년 1월의 매사추세츠대학 "성, 정의, 발전" 회의 , 1993년 3월 21일 - 22일의 시라큐즈대학 주최 "여성, 평화, 정의에 관한 대화"회의등에서 여성과 국제관계가 논의되었으며, 1993년 3월 23일- 27일 멕시코 아카폴코의 ISA Convention에서도 여성과 국제정치세션에서 가장 활기 띈 토의가 이루어 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가 1991년 7월과 1993년 11월에 유엔과 여성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바 있다.
   이러한 이론 대두의 배경을 보면, 근대화의 확산과 함께 여성의 공적 영역에의 참여가 확대되어 왔으며, 특히 1970년대에 서구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운동과 더불어 여성의 공직진출이 현저히 증가하였고, 국제정치학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즉 국제정치분야의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각이 제시되게 된 것이다.
   근대화의 과정은 일련의 여성해방의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초기단계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 여성의 경제참여가 확산되며, 교육이 확산되어 전반적인 여성지위의 향상이 이루어진다.  여성의 정치적 참여를 위해서 1870년대에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한 여성운동이 전개되었고, 1970년대에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제2의 여성운동"이 전개되었다.  특히 1990년대는 획기적으로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되어간 시기이다.
    몇몇 통계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여성국회의원의 평균비율은 10-15%이며, 지방의회는 20% 선을 넘어서는 나라가 많다.  스웨덴, 핀란드등 스캔디나비아 국가에서는 국회의원과 내각의 40%가 여성일 정도이다.  북한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명목상이기는 하나 정책결정의 20-30%를 여성에게 할당한다.  우리나라처럼 남존여비적인 유교문화의 영향이 강한 일본에서도 1994년 7월 현재 중의원 여성비율은 2.7%, 참의원 비율은 15.1%로서, 전체적으로는 1975년의 3.4%보다 2배로 증가한 6.8%이다.  미국의 경우 상원의 7%, 하원의 10.8%,   4명의 주지사를 포함하는 고위관료의 22%가 여성이다.  미국은 71년 전국 주의회 여성의원 비율이 전체의 4.8%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8.2%로 늘어났다.  애리조나 주는 여성이 의석의 34.4%이며, 여성이 주의회의 거의 1/3을 차지하는 주는 메인, 뉴햄프셔, 버몬트, 워싱턴, 콜로라도등이다.  여타 서구국가의 경우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웨덴은 지방의회의원의 30% 이상이 여성이고,  영국,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벨기에의 경우는 10-20%이다.
   21세기를 준비하는 1990년대에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현상은 "여성정치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여성의  정치참여와 "권력장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의 경우  1990년 11월 노르웨이의 내과의사 출신 그로 할렘 부룬틀란트 총리(53)가 세번째로 연임되어 내각의 40%를 여성으로 임명하였고, 1990년12월 보수적인 아일랜드에 첫 여성대통령으로 진보적 변호사 출신 메리 로빈슨 (48)이 선출되었다.  영국의 대쳐 수상, 아이슬란드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61)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쉽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1991년 2월에는 방글라데시의 베굼 할레다 지아 (46) 수상이 선출됨으로서,스리랑카의 반다라나이케 총리, 파키스탄의 부토총리, 인도의 인디라간디수상에 뒤이어  남아시아의 여성지도자로 부상했다.
   프랑스에서는 "철의 여인" 크레송(59)이 프랑스 첫 여성총리에 취임하였고, 5월에는  젊은 네덜란드 통상장관 이본느 반 루이(40)의 입각이 있었으며 9월에는 스웨덴에서 최초의 여성국회의장 잉게게르드 토로에드송 (62)이 선출되었던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산티아고, 남성 후보를 지지하는 아키노, 이멜다의 세명의 여성정치인이 대통령 선거를 두고 힘을 다루고 있었다. 미얀마의 야당지도자 아웅산 수키는 군사독재정권에의 항거로 노벨 평화상을 획득했다.
     그 외에도 여성행정수반으로서 메리 유지니아 찰스(72) 도미니카 연방 총리, 마리아 리베리아 페터스 (50)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총리, 비올레타 차모르(60) 니카라과 대통령등이 리더쉽을 발휘하였다.     1992년 4월에는 영국의 첫 여성하원의 장으로 베티 부스로이드(62)가 선출되었으며,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고 있었고, 독일에서는 아름가르트 슈베쳐 (50)가 외무장관에 취임하였고 1992년 7월, 폴랜드에서는 46세의 변호사 수쇼카가 최초의 여성총리로 취임했다.  같은 달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남쪽 퍼시피카 시의원 5명이 모두 여성으로 선출되었다.
      또한 미국정치학회 (APSA)가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대학 정치학 교수 중 24%가 여성이며, 부교수 이상은 11%이고, 정치학 관련 학술지의 편집진중 16%가 여성이며  발표된 논문의 저자 중 20%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성의 국제정치및 국제정치학분야에서의 역할이 증대되어 감에 따라, 여성 국제정치이론이 대두된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남성헤게모니의 쇠퇴와 우먼파워의 성장"이라는 "탈근대 지구화"과정의 일부로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참여와 국제정치참여는 19세기말부터 근대화의 진전과 함께 확대되어 온 현상으로서, 근대화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시각은 여성정치참여의 확대가 역행이 불가능한 역사적 추세라는 점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여성이 국제정치의 주요한 행위자로서 등장함에 따라 여성의 시각은 국제정치이론의 발전에 새로운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이론형성의 주요개념: 젠더(Gender), 남성성과 여성성 (Masculinity and feminity), 공사영역의 이분법과 통합(Dichotomy of Public and Priviate Spheres), 여성해방이론 (feminism)
   여성국제정치이론은  여성의식에 입각하여 페미니즘 (여성해방론)의 입장으로부터 출발하는 페미니즘 국제정치이론과,  여성을 국제정치의 행위자로서 다루지만 이데올로기적 선입관을 배격하고 학문의 몰가치성을 추구하는 여성경험주의이론의  입장으로 대별할 수 있다.
   여성해방론(feminism)은 자유주의 여성해방론, 맑스주의 여성해방론, 급진적 여성해방론,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심리분석학적 여성해방론, 실존주의 여성해방론, 포스트모던 여성해방론등 다양한 시각을 통틀어 말하는 것으로서 "성평등에 대한 이론" 또는 "성평등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그 기본적인 분석의 촛점은 성별관계(gender relations)이다.   성별관계는 생산관계, 사회조직, 가치체계의 생성과 유지라는 전체적인 사회구조와 역동적인 관계를 맺으므로, 이들과 성별관계의 상호관련성과 기제에 대한 분석이 여성해방론의 공통된 탐구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레베카 그랜트는 "여성학의 이론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경험에 입각한 사회관계의 이론"이라고 지적한다.
    여성해방론의 특성은 여성이 차별받거나 예속되거나 억압을 경험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문제의 종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시각을 취하는 여성국제정치이론은 국가와 국제체제가 근본적으로 남성중심적 지배와 상호작용의 구조였다고 보며, 여성이 국제정치에서 주변화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정책결정자의 입장에 선 남성중심적 이론보다는, 권력에서 조직적으로 소외된 집단의 관점에서 국제관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포스트 모던 여성해방론은 백인남성에 의해 제시된 시각들이 유일한 보편가치일수가 없음을 주장하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성해방론에 입각한 여성국제정치이론의 주요한 전제는 젠더(gender)가 국제정치를 보는 시각과 행태에 있어서 유의미한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젠더(gender)는 성 (性)으로 번역해서는 뜻이 전달되기 힘든 단어로서,   생물학적이고 자연적인 성과 구별되는, 사회에 의해 인위적이고 조직적으로 사회화되는 남성성(masculinity)과 여성성(feminity)의 성역할 고정관념과 같은 사회적 성을 의미한다.   남성의 사고방식이  이분법적이고, 추상적 개념화를 즐기며,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객체화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상황적이고 서술적이며 관련적인 논리구조의 특성이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남녀간에 존재하는 차이가 생물학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인지 사회화에 의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소위 본성대 양육 (nature-nurture)논쟁이 끊임없이 있어 왔다.  Freud 와 Goldberg등 본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남녀의 차이를 생물학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  한편 Rubin등은 남녀가 재생산 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유사하므로 행위나 인성에서의 성차는 사회화와 양육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성역할사회화론에 의하면 각 사회는 가부장적인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남성성과 여성성의 성 정체감을 사회화한다.  남성성의 범주에 들어가는 특성은 능력, 공격적, 독립적, 무감정적, 객관적, 지배적, 활동적, 경쟁적, 합리적, 사회지향적, 대범함, 모험적, 결단력, 리더쉽, 야망, 우월감등인데 비해, 여성성은 무능력, 수동적, 의존적, 감정적, 주관적, 순종, 협력적, 가족지향적, 세심함, 안정추구, 우유부단, 야망없음, 열등감등과 동일시 된다.  한편 여성이 따뜻하고, 표현력있으며, 부드럽고, 친절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데 비해 남성은 거칠고, 무뚝뚝하며, 불친절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고정관념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성의 종속을 유지존속시키기 대문에 성역할사회화론을 취하는 많은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양성통합적인 (androgynous) 재사회화를 주장하며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성역할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형성시킬 수 있다고 본다.  공사영역의 이분법적 사고(Dichotomy of Public and Private Spheres)과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성억압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그들은 공사영역이 통합되어 여성이 공적영역에 진출하고 남성의 가사와 자녀양육에의 참여가 증대되어야 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에 의하면 여성이 정치에서 소외되어 온것은 정치가 남성의 영역으로 정의되어  공적 영역으로서 지배, 정복, 투쟁, 경쟁등의 남성적 가치가 지배하고, 여성의 영역은 사적 영역으로서 양육, 순종, 헌신의 가치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이분화되어 온 때문이다.  일찌기 마키야벨리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분리하면서, 여성은 realpolitik와 상관없는 부드러운 가치와 미덕의 소유자로 간주한바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때문에   "참된" 국제관계론, 국제관계론의 핵심은  전쟁의 연구, 남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고, 평화연구나 국제정경론은  "주변적인" 국제관계론이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분야로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정치적 현실주의에서 도덕적 인간의 부도덕한 또는 몰도덕한 공적행위를 국제체계구조의 무정부상태로서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 여성국제정치이론은 이것은 남성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여성학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하여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즉 엘슈타인이 지적하듯이, 사적 영역의 도덕성이 국제관계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성차이를 부인하고자 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성을 선호하며 남성성을 모방하고자하지 않으며 여성성의 고유영역을 발전시켜나가기를 원하는 입장을 Ellen Kay 이후에 발전된 모성존중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생명을 잉태하고 출생시키며 양육하는 모성이 여성의 근본적인 특성으로 남성이 흉내낼 수 없는 여성성의 장점임을 주장한다.  이것은 여성성 우월론으로 이어진다.
   가장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차는, 여성이 생명의 잉태와 출산을 담당한다는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하며, 여기서 여성은 종종 "파괴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남성에 비해, 생명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모성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시몬느 드 보봐르는 다음과 같이 여성과 생명의 관계, 남성과 지배의 관계를 설명한 바 있다.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게 된것은, 생명을 줌으로써가 아니라 생명을 빼앗는 행동으로 인해서였다.  그리하여 생명을 탄생시키는 성이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성이 인류에게 있어서 우월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최근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이러한 여성성 우월론을 비판하면서, 차이가 대립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것도 남성적 이분법이며, 차이는 대립이 아닌 상호의존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시각의 단일성이나 공통성을 상징한다는 데도 무리가 있다.  더욱이 여성의 시각이 우월하다는 것도 이데올로기적 입장일뿐, 모든 시각은 부분적이며 불완전한 것이라고 비판된다.
   이처럼 여성의 시각이 남성과 다른 것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성차론, 성역할 사회화론, 양성통합론, 여성성 우월론,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시각등 다양한 논란이 있어 왔다.
   필자의 "직관적인" 견해는 생물학적인 이유와 사회화의 요인 모두에 의해서 성차는 경험적으로 존재하며, 남성성과 여성성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여성의 대안적 이론은 진리에의 접근에 있어서 새롭고 상호보완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어떠한 시각이 진리에 근접한 것인가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3.이론의 발전

  여성 국제정치이론의 유형은 편리상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기존국제정치이론에 대한 페미니즘 시각에서의 비판, 둘째로 국제정치의 행위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경험적 사례연구, 세째로 국제정치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연구가 그것이다.

(1)기존국제정치이론의 페미니즘 시각에서의 비판
   여성국제정치학의 입장은 기존의 국제정치학이 인간의 본성과 정치적 인간의 특성에 대해서, 인간사회의 자연적 상태와 타인과의 관계, 국가와 국제관계의 특성에 있어서 남성성에 편향된 이해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이론은 여성의 경험을 제외한 바탕에 성립되었고 남성의 경험에서 유의미하게 느껴지는 질문만을 던져왔다.  D'Amico는 기존의 국제정치 이론들이 "대부분의 인간의 삶과 죽음에 있어 전쟁과 갈등이란 무관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며, 사회활동에서 소외된 여성의 경험을  무시한" 바탕위에 성립되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또한 여성의 시각과 역할이 통합됨으로써 국제정치에 대한 총체적이고 균형잡힌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현실주의비판
   전통적 현실주의가 가장 남성중심적 편향을 보이는 학문분야로 비판의 대상이 되며, 이에 대한 대안적 설명을 위한 노력이 있어 왔다.
   Hans Morgenthau의 Conflict Among Nations와 Kenneth Waltz의 Man, the State, and War 에서 처럼, 국가의 군사안보는 국제관계에 있어서 핵심적 관심사로 취급되어 왔다.  무정부적인 국제체제에 있어서, 타국에 의한 침략과 지배의 위협은 상존하며, 안보가 국가의 최우선 관심사가 된다. 안보딜렘마와 세력균형은 체제의 구조적 특성의 결과이며, 국제관계의 주요한 특성은 갈등과 분규이다.
   이에 대해  J. Ann Tickner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제시한다.
1.몰겐소는 정치에 인간의 불변하는 본성에 기인한 객관적 법칙이 있으며  이에 관한 경험적 이론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의 인간성에 대한 객관적 법칙이란 남성의 부분적 시각에 입각한 것이다.  인간성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포함하며,  정치적 지배뿐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과 발전은 중요한 정치현실이다.
2.몰겐소는 권력에 의해 정의되는 이익(interest)의 개념을 통해 정치이론을 발전시키는데, 국가이익이란 다차원적이고 상황의존적이므로 권력에 의해서만 정의될 수 없는 것이다.  핵문제, 경제발전, 환경문제등 상호의존적 세계문제에 있어서 국가이익은 제로섬(zero-sum)보다는 협력에 의한 해결을 필요로 한다.
3. 권력은 인간 (남성)의 인간(남성)에 대한 통제로서 정의되는데, 이러한 개념정의는 보편적인 것인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적인 것이며 여성성과 관련된 권력개념은 간과되고 있다.
4.몰겐소의 현실주의는  도덕률과 성공적 정치행동사이의 갈등을 인식하면서 몰도덕한 국제행위를 정당화하지만, 여성해방론의 시각은  정치적 행동과 도덕성을 분리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인간의 보편적 도덕적 관심이 국제분쟁을 해결하고 국제공동체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저임을 주장한다.
  이와 같은 분석은 정치적 지배, 권력, 이익, 통제, 현실주의를 강조하는 남성적 시각에 비해 페미니즘적 시각은 재생산, 발전, 협력, 평화, 환경, 도덕성등을 강조하는 성차(gender gap)가 있다는 여성성 우월론에 입각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정치학의 핵심개념인 권력(power)에 대한 인식의 성차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의 인식은 남성과 다른 경향이 있어서, 남성이 개인주의적 입장에서 타인과의 경쟁상황 속에 통제력을 획득하는데 관심이 있는 반면, 여성은  힘을, 관계적 맥락에서, 서로를 돕고 발전시키는 능력으로서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여성학자 Hanna Arendt는 힘을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능력",유사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취하는 행동력으로 정의하였다.  심리학자 David McClelland는 여성의 힘은 타인에 대해 행사되기보다는 공유된다고 하였고, Jane Jaquette는 여성의 힘은 설득력, 연합세력을 결성하는데서 특성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이와 같은 논리에 입각한다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함께 정치의 본질적 성격이 변화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현실주의의 남성 젠더  편향성은 또한 정치적인간의 개념, "국가들의 게임"과 같은 남성적 개념,  Hobbes의 인간사회의 자연상태에 대한 가정, 국가안보의 개념, 안보딜렘마등에서 지적된다.
   Tickner는 남성중심적 의식이 제거된 모델이 군사나 권력추구에 보다 덜 치중한 새로운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의 비젼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군사적 안보에 치중한 국가안보의 이해는 상호의존이 심화되어가는 작금의 국제현실에 있어서 불충분하며,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기본욕구의 충족, 환경등의 문제가 안보에 있어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Rebecca Grant는 안보딜렘마 (Security Dilemma)가 공사 영역의 이분법과  개인적 도덕과 공적 행위의 분리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면서, 여성이 정치지도자라면, 안보딜렘마의 인식에 차이가 있으리라고 지적한다.
   또한 여성은 분쟁해결에 있어서 남성과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된다.  Carol Gilligan의 아동행태연구에 따르면, 유치원 바깥놀이에서 남아들은 경쟁적 놀이를 즐기며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반면, 여아들은 싸움이 나기 전에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위해" 놀이를 끝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여아들은 또한 경쟁적이고 제로 섬적인 게임보다는, 줄넘기와 같이 한사람의 성취가 다른 사람의 패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협동적인 놀이를 선호한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여성정치가의 외교행태도 보다 평화지향적이며 협동적인 방향을 선호할 가능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993년의 중동평화협상에는 노르웨이의 브룬트란트 수상등 여성정치가의 중재역할이 중요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Sara Ruddickd은 국제정치의 정치경제환경 안보에 있어  "모성적 사고"(maternal thinking)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생명의 보존과 양육을 담당하는 모성적 사고가  국제정치에서의 분쟁의 해결과  평안 유지, 비폭력, 공동체의 회복에 긴요하다는 것이다.
   정책결정가의 리더쉽스타일 연구에서도 남성들은 경쟁, 승부, 지배에 관심이 많고 더 모험적, 독립적이며 주관이 뚜렷한데 비해, 여성지도자는 정보를 전달하고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며 하급자의노력과 발전을 격려하는 경향이 있으며, 남성들이 권위주의적인 리더쉽을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참여적 리더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논의된다.
   문제는 과거에도 국제정치에 대한 관점에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또는 Hobbesian, Grotian, Kantian적 관점의 주류가 꾸준히 있어왔던바, 여성국제정치이론은 주류인 현실주의를 남성적으로,  이에 대치되는  이상주의적 관점을 여성적인 관점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권력과 갈등과 정치의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경험적인 연구가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현단계에 있어서 많은 여성학자와 여성정치가들은 여성에 의해 정치가 보다 깨끗하고 도덕적이며 평화지향적이고 공동체지향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리라는 희망을 견지하고 있다.

B.다원주의 비판
   여성국제정치이론의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은 일견 이상주의 뿐 아니라 초국가주의, 상호의존론, 혹은 다원주의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andra Whitworth에 의해 대변되는 페미니즘적 시각에서의 비판은 기존 다원주의 역시 남성중심적이며 여성의 시각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다원주의는 종래의 국가중심적 군사안보외교관계중심적 시각에 대안을 제시하며 국제기구, 다국적기업, 비정부기구와 개인, 인종집단등 초국가관계를 다루고 갈등뿐 아니라 협력을 다루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역사적이며 갈등과 불평등과 권력의 물질적 토대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다원주의는 현실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며 연구의 대상에 여성정치가, 국제기구의 여성관료, 초국가기구의 일원등으로서 여성을 첨가할 수는 있지만, 남성과 여성의 관계의 억압성을 간과한다고 본다.
   이에 대해 Robert Keohane과 같은 다원주의이론가는 여성의 시각과 다원주의 사이에 동맹이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성국제정치학의 공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즉 다원주의가 여성국제정치학처럼 새로운 권력과 상호성및 관계망의 개념에 입각해 있으므로, 여성국제정치학이 상호의존이론을 심화발전시키고 남성의 상호의존과 제도화 개념의 남성중심적 편견을 비판함으로써 국제정치이론 발전에 공헌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현실주의보다는 다원주의와 여성국제정치이론의 동맹및 상호보완이 더욱 용이할 것이다.  또한 다원주의 이론의 연구대상에 여성이 점유하는 율이 높아짐에 따라 양 분야의 상호보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C.여성해방비평이론
   여성학자들은 또한  고전적 마르크스 주의, 네오 마르크시즘, 종속이론, 세계체제이론, 구조주의등을 포함하는 "비평이론"에 대해서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비판을 제기한다. 즉 기존의 비평이론은 여성문제를 간과하거나 침묵해 왔으며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억압성에 대해 적절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해방 비평이론가들은 국제정치의 핵심을 국가간의 권력갈등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성, 인종, 계급에 의해 위계적으로 구조된 개인간의 관계로 본다.
   일례로   Annette Fuentes와 Barbara Ehrenreich는 공장노동의 여성화와 세계화를 분석함으로써 성억압구조가 어떻게 국제체계의 위계질서를 구성하고 유지시키는가를 이해하려 하였다.  Cynthia Enloe등은 여성이 세계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분석하면서,  가정주부가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가능케하는 역할을 담당함을 지적하였다.  이처럼 비평이론 내에 여성의 역할과 시각을 반영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평이론의 난점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대립갈등관계로 보며 가족을 여성억압의 기본단위로 보고 해체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의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이다.  마르크스가 여성문제에 불명확했던데 반해 엥겔스는 그의 "가족, 사적 소유와 국가의 기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가족이 사적 소유를 축적하고 상속하여 계급제도를 지속시키는 단위임을 주목하고, 특히 남성에 의한 여성의 억압이 가정에서의 공사영역의 분리에 의한 노동분업에서 연유하였음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여성해방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사회적 소유로 교체되어 가족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비롯한 경제적 단위가 아닌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며, 동시에 가사가 사회적 산업으로 전환되고 여성이 자녀양육의 의무에서 해방되어 사회의 공적 영역의 생산노동에 참여할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사회주의 현실에 있어서 여성들이 가사노동과 공적 노동의 이중부담을 지며 결혼과 가족의 약화로 인해 새로운 여성문제가 창출되었던 것은 경험적 사실이다.

D.행태주의 비판
   경험주의와 엄격한 객관성및 과학적 방법론을 중시하는 행태주의에 대해서도 페미니즘 시각의 비판은 남성중심적 편향을 발견한다.  즉  행태주의가 기존이론의 전통적 접근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 단지 엄격한 방법론에 입각해서 검증하기 때문에, 현실주의 파워정치학의 전통을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행태주의는 국력을 전통적 정치, 경제, 군사적 범주로 유형화하며, 엄격한 사회과학적 객관성에의 집착으로 인해 윤리나 사회정의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남성성의 편향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여성성이 윤리, 사회정의, 평화와 발전등 규범과 동일시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이 지적하듯, 남성성은 몰도덕, 여성성은 도덕이라는 이분법적이며 대치적인 논리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행태주의의 경험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전제의 젠더 편향성에 대한 논의는 유의미하며 여성국제정치이론의 공헌이 지속될 분야로 보인다.

E.제 3세계 여성의 발전론 비판
   한편 비서구지역 페미니즘 시각의 비판도 나름대로의 독특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부상하고 있다.  즉 사회주의, 민족주의, 페미니즘이 결합된 시각에서 서구의 발전모델을 비판하며 제3세계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존의 자본주의적 발전모델이 여성에게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발전에의 여성의 통합을 모색하는 Women in Development논의가 그 주류를 이루어 왔다.  1970년 Ester Beserup이 서구적 발전모델이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한 이래 여성과 발전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초기의 복지정책, 빈곤퇴치및 기본욕구충족, 평등기회, 효율성향상에서 최근에는 여성 스스로의 "권력부여"(self-empowerment of women)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힘 (power)이란 타인에의 지배를 의미하기보다는 여성의 자립능력, 삶의 주체적 결정권에의 권리, 자원통제력을 통한 사회변화에의 참여등 내적 힘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3세계 여성의 시각은 다음과 같은 선언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계와 국제관계는 계급, 성, 인종에 의한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 필요에 대한  기본권이 보장되고 빈곤과 폭력이 근절된 사회를 원한다.  모든 인간이 자신의 최대한의 가능성과 창조성을 발휘하며, 여성의 "양육"과 "단결력"이 인간관계의 특성이 되기를 원한다.  여성의 재생산력이 재정의 되며, 자녀양육은 남성과 여성과 사회에 의해 분담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상은 여성들  스스로에의 권력부여를 통해 이룩될 수 있다."
   제 3세계여성의 시각은 발전 뿐 아니라 민족주의, 반제국주의 민족항쟁, 종족, 계급, 종교등의 역사적 경험과 이데올로기에 있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소련의 붕괴 후 탈냉전 세계질서 속에 제 3세계에서는 전통종교가 반서구 세력으로서 강화되고 헌팅톤의 문명충돌론이 대두될 정도로 종교적 근본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제 3세계 페미니즘이  종교의 여성에 대한 억압을 비판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2)국제정치 행위자로서 여성에 대한 경험적 연구
   국제정치에 참여하는 행위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연구로서는 여성정치가의 외교정책분석, 유엔관료로서의 여성의 리더쉽연구, 초국가주의 관점에서의 국제여성운동및 비정부기구의 분석, 혁명과 정치갈등과 여성등이 다루어 지고 있다.

A. 여성정치가의 외교정책
   여성정치가의 외교정책분석에 있어서 주된 쟁점은 정책결정가의 성별이 외교정책 수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이것은 여성정치가의 리더쉽 스타일 문제와도 관련된다.  인디라 간디수상에 대한 매리 카라스의 연구는 그녀가 남성과 다름없는 리더쉽을 발휘하였고 "현실주의"모델에 근접한 인식과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대처수상에 대한 해리스의 결론은 협소한 의미에서의 외교정책의 내용은 그녀가 여성이라는 것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지만, 그 내용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실천되었는가 하는 보다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외교정책내용은 확실히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퀴노대통령에 대한 빈스 보르도의 연구는 그녀의 여성성이 초기에는 취약성으로 인식되어 수차의 쿠테타의 도전을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이익을 수호하는 강인한 여성지도자로 변신했음을 지적한다.  아퀴노는 국모로서 지지를 호소할때는 여성적 이미지로, 복종을 명령하거나 위협을 할때는 보다 강력하고 비타협적인 언어를 구사하는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여성성을 활용하였다.
   결국 외교정책결정자로서의 여성의 리더쉽스타일은 현실주의적 정치적 여성 (철의 여인, 여장부형), 여성적 가치를 구현하고 활용하는 외유내강형 (어머니형, 온유한 여성), 양성적이면서 전문인으로서의 능력이 돋보이는  전문인 형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B.국제기구 정책결정과정과 여성
   여성의 국제기구 참여가 확대되고, 근자에는 유엔 사무국직원 중 여성비율이 35%로 증가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면서, 주로 다원주의적, 초국가주의적 시각에서 유엔및 EEC등 국제기구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논하는 연구들이 있다.  유엔은 1946년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여성지위위원회를 설치하여 남녀평등원칙을 보편국제규범화하는데 기여해 왔으며, 1975년을 세계여성의 해로 선포하고 1976-85를 세계여성의 10년으로 정하여 세계회의를 개최하는등 국제여권의 발전에 기여했다.  여성학의 시각에서는 국제기구가 여성의 지위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국제기구론의 시각에서는 여성의 리더쉽과 참여가 국제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연구된다.

C.초국가주의와 국제여성비정부기구
   한편 국가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국경을 넘어선 비정부차원의 관계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리라고 보는 초국가주의 이론의 시각에서, 세계여성운동을 통한 여성의 관계망 형성에 대한 연구가 있어 왔다.   남성들의 위계질서적인 조직 개념에 대하여, 여성들은 수평적이고 협동적인 "관계망" (Network)의 개념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는 가족 관계망과 국가의 관계, 초국가 관계망의 형성을 설명하는데 유용하다고 주장된다.
   여성운동이 국경을 넘어 "초국가주의" (transnationalism)의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의 일이다.  여성국제비정부기구가 결성되어 노예제 폐지운동, 여성참정권 운동, 분규의 평화적 해결등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최근에는 대안적 발전모델, 성적 노예제, 법적 권리, 재생산 기술과 유전공학등에 대해 여성의 국제적 연락망 (network)가 발전해 왔다.   여성국제평화자유연맹과 같은 여성비정부기구의 연구에서는,  평화가 여성의 이슈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이 분야에서 또한 다루어지는 것은 종교문제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이슬람운동이 여성에게 미친 영향, 국제원조가 여성에 미친 영향등이 연구되기도 한다.  다원주의에서 여성과 종교문제는 이미 주요한 연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D.여성과 정치폭력
   이 분야 연구의 관심은 혁명과 반란과 같은 과정에 여성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이다.  어떻게 여성이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 혁명에 참여하는가?  여성의 참여가 혁명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혁명이후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하는 것을 주로 다루고 있다.

(3)국제정치의 대상으로서의 여성
   여성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국제정치가 여성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는 그 사회과학적 객관성의 표방에도 불구하고 주로 여성해방론의 시각에 입각해 있다. 전쟁과 여성의 관계, 국내적 차원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및 인권유린, 폭력에 대한 여성의 저항(일례로 Las Madres de Plaza De Mayo)등이 주된 이슈이다.   문제는 가부장적 국가, 전쟁체제등의 개념이 각국가나 국제체계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사용된다는 것이다.  어떤 국가, 어떤 체계구조가 더 여성에게 억압적인 영향을 갖는지 체계적 이론이 필요하다.
   Rebecca Grant는 "Women and the Cold War"에서, 냉전과 신국제질서가 국내적 차원에서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을 추적하였다. 즉 냉전은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켰으며, 소련에서는 지나친 군비로인해 여성의 건강, 피임, 저임금등에 자원이 배분되지 못했고, 이것이 여성의 지위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4.이론화의 수준
   여성국제정치학은 이론화의 초기단계의 수준으로서, 기존의 시각에 대해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는 인식론으로서의 의미가 있으며, 이론의 보편타당성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경험적 연구가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국제정치학이 특히 현실주의에 있어서  남성성의 편향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는 이론의 출발점은 유의미하다고 생각된다. 여성국제정치학은  어떻게 다른 대안이 가능한지를 여성의 시각에서 재조명함으로써, 보다 보편타당한 국제정치학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국제정치경제론, 국제기구론, 발전론등 제분야에서 가능한 작업이다.
   냉전이후의 신국제질서 속에서 지역적 통합과 경제적 상호의존이 중시되면서, 국가뿐 아니라 초국가적 행위자들이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positive sum의 능력, 리더쉽, 제도화가 과거의 zero sum game식이며 갈등과 지배로 정의되는 권력개념보다 더 국제관계에 유용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컨트롤하는 가가 아니라, 누가 전체의 복지를 위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가이며, 이것은 여성적 리더쉽의 특징으로 이해되어 온 자질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젠더로 이해되는  국제정치에 대한 시각과 행태의 차이에 대해 보다 조심스럽고 엄밀한 경험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젠더의 사회적 구성이 무엇이고, 그것이 국제정치의 이론과 실제에 어떠한 구체적 영향을 미쳤는가가 보다 보편타당한 방법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무엇이 남성적 시각이며 무엇이 여성적인 시각의 특징이고  과연 젠더가 그러한 시각의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적이고 유의미한 독립변수인가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국제관계의 제 개념들 즉 권력, 안보, 국가이익, 상호성등의 개념에 대해 제기되는  여성학의 대안적 시각이, 어느만큼 여성성의 젠더의 개념으로 설명되는 것이 타당하며, 어느만큼 현실주의, 이상주의, 도덕주의, 평화주의, 다원주의등등과 같은 비 젠더적인 개념으로 설명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마르크스의 경제결정론처럼, 여성해방론이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젠더가 독립변수로서 결정적인 하부구조라고 주장한다면, 인식과 사상의 탈젠더적이며 독립적인 영역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젠더는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독립변수 중의 하나라는 것이 인식되고, 타 변수에 대한 젠더의 상대적 영향이 밝혀질 필요가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젠더의 차이로 인식되는 시각과 행태의 차이를 "추상화의 사다리"(Ladder of abstraction)에서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편성을 가지는 개념으로 설명할 과제를 안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여성해방론적 접근방법의 한계성이다.  이 이데올로기적 접근방법은, 가부장적 국제체계가 여성에게 어떠한 피해를 미쳤는가하는 것에 관심을 한정함으로써 연구대상을 축소시키는 한계성이 있다.  국제체계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가부장적 억압과 차별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국제정치학은 기존의 국제관계론을 대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 국제관계론 속에서 여성국제정치학은  초국가주의와 국제정치경제론 분야에 이미 발전해온 경향, 즉  국제관계가 각 국가사회차원및 개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상호작용하는가 하는 시각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경제,가족 영역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국제관계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을 분석함으로써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밝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제정치학의 과제중의 하나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국제정치 행위자로서의 여성을 포함하는 이론적 틀의 개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5.한국적 수용과 정책적의미
   한국에서 여성국제정치학이  논의되기는 당분간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여성학자도 많지 않으며, 그중에 여성학의 시각을 갖는 학자도 많지 않고, 외교와 국방분야에 진출한 여성도 극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전통적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의 정치진출이 전세계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그러나 근대화, 여성교육수준의 향상, 여성사회참여의 확대와 더불어 사적 영역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공적분야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는 추세가 확대되어 갈 것이다.
   우선 대학원수준에서 독립된 학문분야로 개발되고, 궁극적으로는 일반 국제정치학의 커리큘럼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여자대학의 커리큘럼에 여성국제정치학이 개설되어 여성이 자신의 특화된 자질을 개발하여 국제정치에 공헌할 수 있도록 고무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은 분단과 사개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에 의해 더욱 더 여성국제정치학이 비판하는 남성중심적 군사안보외교분야에 치중해 왔다.  정치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사고방식이 아직도 지배적이며, 그동안 군사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더욱더 여성의  돌보며 양육하는 리더쉽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국제질서 속에서의 미래의 개혁과 통일과 민주사회발전은 권력과 지배와 경쟁의 논리보다는 도덕성과 협력과 화해의 "여성적" 논리의 조화로운 도입에 의해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특히 21세기에 아세아태평양시대에 리더쉽을 발휘하는 주도적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남성중심적" 군사안보적 차원의 국력의 신장뿐 아니라 이 지역의 공존공영을 위한 "더불어 일하는" 능력으로서의 "여성적"인 국력의 개념이 숙고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여성국제정치학은 한국의 국제관계 - 분단과 통일, 냉전, 신국제질서, 한국의 국제경제관계와 안보문제등 제반 문제들 -에 있어서 남성중심적 사고의 경직성및 오류를 지적하고 이들 국제관계가 한국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일반국제관계론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교정책과 국제정치학에도 여성의 시각이 통합되어질 적에 보다 균형잡히고 풍부한 진리에의 접근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국제정치분야에의 여성의 진출을 장려하고 전문인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Professor of Politics, L.A. Institute of Interntional Studies